설정:
18px
내 보유: 98 코인

제3장: 두 개의 문과 마주보는 유리

조회수 4,639 · 글자수 972자 · 발행 2026.10.07 08:25

텅 빈 승강로의 수직 터널을 타고 묵직한 쇠사슬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음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벽면의 주황색 인디케이터가 차례로 불을 밝혔다.

[5]…… [4]…… [3]…… [2]…… [1].

쿠웅- 하는 진동과 함께 승강기 카가 1층 바닥에 안착했다.

잠시 후, 녹슨 스테인리스 문짝이 비명을 지르듯 끼기긱- 날카로운 마찰음을 토해내며 좌우로 벌어졌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승강기 내부의 서늘하고 퀴퀴한 냉기가 복도 쪽으로 훅 끼쳐왔다.

가로세로 1.5미터 남짓한 비좁은 직사각형 철제 공간.

바닥에는 낡은 고무 타일이 깔려 있었고, 좌우 양쪽 벽면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전신 거울 두 장이 정확히 평행을 이루며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천장 중앙의 가느다란 형광등은 전압이 불안정한 듯 특유의 510nm 에메랄드빛 형광 녹색 빛을 파르르 떨며 뿜어내고 있었다.

제3장: 두 개의 문과 마주보는 유리 삽화
▲ 제3장: 두 개의 문과 마주보는 유리 장면 삽화

기철은 문턱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섰다.

거울과 거울이 완벽한 각도로 마주 볼 때 생겨나는 광학적 현상—빛이 두 반사면 사이를 무한히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끝없는 터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 거울을 보면 왼쪽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그 속에 다시 오른쪽 거울에 비친 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까마득한 심연 속으로 수백, 수천 개의 복도와 자신의 뒷모습을 복제해 내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의 작은 승강기 상자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 차원의 회랑 입구처럼 보였다.

공기 중에는 타버린 모터 오일 냄새와 축축한 곰팡이 내, 그리고 미세한 오존 냄새가 뒤섞여 비릿하게 감돌았다.

기철은 젖은 서류 가방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승강기 안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젖은 고무 밑창이 바닥 타일에 닿는 순간, 찌걱- 하는 둔탁한 소리가 좁은 공간을 울렸다.

그가 완전히 발을 들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등 뒤의 강철 문짝이 쾅- 하고 거칠게 닫혔다.

바깥 복도의 풍경과 빗소리가 단번에 절단되고, 기철은 양옆에서 끝없이 뻗어나가는 무한 거울의 미로 한가운데 철저히 고립되었다.

작가의 말
《거울 회랑의 죄수》 제3장: 두 개의 문과 마주보는 유리 입니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심리적 공포를 즐겨주세요.
◀ 이전화 (2화)
목록
다음화 (▶ 4화)

댓글 (0)

◀ 이전화
▶ 다음화

전체 목차

1화. 제1장: 만성적인 침식 무료 2화. 제2장: 13동의 괴담과 침묵 무료 3화. 제3장: 두 개의 문과 마주보는 유리 무료 4화. 제4장: 광학적 회랑 유료 5화. 제5장: 어긋난 프레임 유료 6화. 제6장: 불협화음의 연쇄 유료 7화. 제7장: 무한의 끝자락 유료 8화. 제8장: 응시하는 자 유료 9화. 제9장: 7층과 8층 사이의 허공 유료 10화. 제10장: 수화기 너머의 숨소리 유료 11화. 제11장: 일제히 찢어지는 입 유료 12화. 제12장: 얼어붙은 유리벽 유료 13화. 제13장: 소멸한 좌표 유료 14화. 제14장: 유리의 저편 유료 15화. 제15장: 껍데기의 귀환 유료 16화. 제16장: 영원한 수형자 유료 17화. 제17장: 1402호의 문 유료 18화. 제18장: 거울 속의 미소 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