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승강로의 수직 터널을 타고 묵직한 쇠사슬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음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벽면의 주황색 인디케이터가 차례로 불을 밝혔다.
[5]…… [4]…… [3]…… [2]…… [1].
쿠웅- 하는 진동과 함께 승강기 카가 1층 바닥에 안착했다.
잠시 후, 녹슨 스테인리스 문짝이 비명을 지르듯 끼기긱- 날카로운 마찰음을 토해내며 좌우로 벌어졌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승강기 내부의 서늘하고 퀴퀴한 냉기가 복도 쪽으로 훅 끼쳐왔다.
가로세로 1.5미터 남짓한 비좁은 직사각형 철제 공간.
바닥에는 낡은 고무 타일이 깔려 있었고, 좌우 양쪽 벽면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전신 거울 두 장이 정확히 평행을 이루며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천장 중앙의 가느다란 형광등은 전압이 불안정한 듯 특유의 510nm 에메랄드빛 형광 녹색 빛을 파르르 떨며 뿜어내고 있었다.

기철은 문턱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섰다.
거울과 거울이 완벽한 각도로 마주 볼 때 생겨나는 광학적 현상—빛이 두 반사면 사이를 무한히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끝없는 터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 거울을 보면 왼쪽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그 속에 다시 오른쪽 거울에 비친 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까마득한 심연 속으로 수백, 수천 개의 복도와 자신의 뒷모습을 복제해 내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의 작은 승강기 상자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 차원의 회랑 입구처럼 보였다.
공기 중에는 타버린 모터 오일 냄새와 축축한 곰팡이 내, 그리고 미세한 오존 냄새가 뒤섞여 비릿하게 감돌았다.
기철은 젖은 서류 가방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승강기 안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젖은 고무 밑창이 바닥 타일에 닿는 순간, 찌걱- 하는 둔탁한 소리가 좁은 공간을 울렸다.
그가 완전히 발을 들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등 뒤의 강철 문짝이 쾅- 하고 거칠게 닫혔다.
바깥 복도의 풍경과 빗소리가 단번에 절단되고, 기철은 양옆에서 끝없이 뻗어나가는 무한 거울의 미로 한가운데 철저히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