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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화. 렌즈에 맺힌 얼굴

조회수 5,375 · 글자수 1420자 · 발행 2026.10.06 22:11

자정을 갓 넘긴 시각, 87번 국도 3.2km 지점 갓길.
소연의 검은색 취재 차량 안에서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와이퍼가 유리창을 긁어내는 소리만이 빗소리와 섞여 귓전을 때렸다.
운전석의 강태혁 경위는 대시보드 너머 안개 낀 언덕길을 노려보았고, 조수석의 한소연은 무거운 300mm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거치했다.

"단속 카메라로부터 정확히 150m 떨어진 지점입니다."

소연이 낮게 속삭였다.
창문을 반 뼘 정도 내리자 비릿한 흙냄새와 함께 얼음장 같은 냉기가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소연 씨, 정말 저 안쪽에 무언가 있다고 확신합니까?"
"제 눈으로 봤어요. 동생 블랙박스 복원 영상에서도…… 그리고 지난달 두 번째 사고 현장 사진에서도요. 과속 카메라 렌즈 안에 분명 누군가가 있어요."

태혁은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3년 전, 그가 신임 순경으로 부임했던 첫해 여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바로 이 자리에서 20대 여성 지선 씨가 뺑소니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구호하기는커녕, 숨이 붙어 있던 그녀를 단속 카메라 지주대 콘크리트 틈새 수풀에 유기한 채 도주했다.
시신은 3주 뒤에야 부패한 채 발견되었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그때 그 사건…… 제가 담당 막내였습니다."
태혁의 고백에 소연이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더더욱 경위님이 이 진실을 밝히셔야 해요."

소연의 손가락이 초점 링을 천천히 돌렸다.
지이잉―
초점이 맞아가며, 빗물에 젖은 노란색 단속 카메라 함체가 뷰파인더 가득 확대되었다.
유리창 표면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녹슨 철제 볼트, 그리고 어두컴컴한 원형 렌즈 통.

그 순간이었다.

"……어?"

소연의 호흡이 거칠게 멎었다.
카메라의 오토포커스(AF) 포인트가 렌즈 겉면이 아니라, 렌즈 안쪽 어두운 기판 내부를 잡으며 초록색 불을 깜빡였다.
무언가 사람 얼굴의 윤곽을 인식했다는 신호였다.

"경위님…… 저기, 렌즈 안쪽 좀 보세요."

태혁이 급히 몸을 기울여 뷰파인더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전율이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단속기 렌즈 유리 안에 갇힌 원혼의 얼굴
▲ [장면 3] 망원 렌즈 뷰파인더로 포착한 단속 카메라 유리 렌즈 내부의 섬뜩한 얼굴

단속기 유리 렌즈 안쪽에 피 칠갑이 된 창백한 얼굴 하나가 거꾸로 갇혀 있었다.
검붉게 타오르는 두 눈동자가, 150m 떨어진 차 안에 앉아 있는 태혁과 소연을 정확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라디오가 켜져 있지 않은 내비게이션 스피커에서, 서늘한 바람 소리와 함께 소름 끼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찾았다.]

치이익!
단속 카메라의 붉은 스트로보가 150m 거리의 취재 차량을 향해 일제히 작열했다.

작가의 말
3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화부터는 단속기의 치명적인 저주가 본격화되는 유료 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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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목차

1화. 01화. 심야 87번 국도, 붉은 섬광 무료 2화. 02화. 시속 144km의 속삭임 무료 3화. 03화. 렌즈에 맺힌 얼굴 무료 4화. 04화. 멈출 수 없는 엑셀러레이터 (유료) 유료 5화. 05화. 찰나의 총성과 깨어진 렌즈 (유료) 유료 6화. 06화. 새벽안개 속의 해원(解冤) (최종화) 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