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찰청 교통사고조사계 사무실.
짙은 담배 냄새와 식어버린 믹스커피 향이 감도는 자리에서, 강태혁 경위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화이트보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87번 국도 3.2km 지점에서 발생한 9건의 차량 전파 사고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사망자 9명. 전부 단독 충돌. 브레이크 페달 파열 흔적 없음. 차량 기계적 결함 제로."
강 경위는 볼펜을 딱딱거리며 혼잣말을 씹어삼켰다.
단순 과속 난폭운전이라 치부하기엔 데이터가 너무나 기괴했다.
사고 차량 9대의 블랙박스 EDR(사고기록장치)에 기록된 마지막 충돌 속도가 전부 같았다.
정확히 시속 144km.
"강 경위님, 손님 오셨는데요."
후배 순경의 말에 태혁이 고개를 돌렸다.
어깨에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빗물에 젖은 단발머리를 쓸어넘기는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시사 다큐멘터리 독립 PD, 한소연이었다.
"강태혁 경위님이시죠? 지난달 3번째 사고로 사망한 한승우의 누나입니다."
소연의 눈빛은 비통함 속에서도 차갑게 날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태블릿 PC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경찰은 단순 과속 과실사고로 종결했더군요. 하지만 전 동생 유품을 정리하다가 복원한 블랙박스 SD카드 원본을 분석했어요. 이걸 보세요."
화면에 재생된 영상.
사고 3초 전, 단속 카메라의 붉은 플래시가 번쩍이는 순간을 소연이 0.05초 단위로 프레임 분할해 확대한 화면이었다.
노란색 단속 카메라 철제 함체.
그 위 전신주 와이어에, 중력을 거스른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형체가 또렷하게 잡혀 있었다.
"이건 사람이 아니에요. 카메라에 무언가…… 씌어 있어요."
소연의 떨리는 목소리에, 태혁의 등골을 타고 서늘한 한기가 흘러내렸다.
3년 전, 태혁 자신이 막 경찰이 되었을 때 바로 그 단속기 아래에서 발생했던 미제 뺑소니 사망 사건의 서류철이 뇌리를 스쳤다.